도담도담은 임산부가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 하나를 보고 있을 때, 그게 지금 먹어도 되는 건지 대신 읽어주는 앱이다. 정션 아시아 2024 해커톤에서 만들었고 트랙 1위를 받았다. 이 시리즈는 그 기록이다.
3등이 남긴 것
고1 때 정션 아시아 2023에 처음 나갔다. 첫 해커톤이었고 3등을 받았다.
지금 돌아보면 등수 자체보다 규모가 컸다. 처음 나간 대회가 그 정도 판이라는 게 비현실적이었고, 그래서 카타르시스도 컸다. 그 감각이 1년을 갔다. 2024 지원서를 쓸 때는 고민할 게 없었다. 서류가 통과했고, 다시 대회장에 갔다.
트랙 세 개 앞에서
가서 보니 트랙이 셋이었다.
경상북도와 마미톡 트랙은 임산부용 애플리케이션을 참고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안전한 식품이 중심이었다. 포스코홀딩스 트랙은 택시에 IoT 센서를 달아 모은 도시 정보로 포항시를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트랙은 DO GOOD 이라는 큰 주제였다.
팀원들과 얘기하면서 하나씩 지웠다. 포스코홀딩스는 데이터부터 무거워서 대회 기간 안에 형태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애플 쪽은 반대 이유였다. 사실상 자유 주제라 범위가 너무 넓었고, 넓다는 건 좋은 조건 같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오히려 독이다. 뭘 만들지 정하는 데만 하루를 쓰게 된다.
남은 건 마미톡이었다. 트랙은 정해졌는데 아이디어가 없었다.
아이디어 없이 보낸 첫날
첫날은 트랙만 정하고 아무것도 안 했다. 팀원들끼리 밖을 돌아다니고 놀았다.
지금 와서 변명하자면 그게 최악의 선택은 아니었다. 책상 앞에서 안 나오는 아이디어는 두 시간 더 앉아 있어도 안 나온다. 다만 그때는 그렇게 태연하지 못했다.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는 감각은 계속 있었다.
포켓지니에서 왔다
나랑 친구는 게임을 좋아해서, 밖에 나가면 무조건 포켓몬고를 켰다. 그날도 켰다.
그러다 포켓지니를 썼다. 포켓몬고 써드파티 앱인데, 잡은 포켓몬을 일일이 따져보지 않아도 이게 쓸 만한 개체인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알려준다. 원래대로면 수치를 읽고 계산해야 알 수 있는 걸, 눌러서 바로 답으로 받는다.
거기서 걸렸다.
임산부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겪는 게 정확히 같은 구조 아닌가. 원재료 명세는 이미 상세 페이지에 다 적혀 있다. 정보가 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걸 읽어도 위험한지 안전한지 판단이 안 선다는 것이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나 조심해야 할 물질은 상세정보 맨 아래 깨알 같은 글자 속에, 심지어 이미지 안에 박힌 채로 섞여 있고, 정작 그 정보를 가장 정확히 해석해야 할 사람에게는 해석할 지식이 없다.
읽을 수 있는 정보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다르다. 포켓지니가 게임에서 하는 일을, 훨씬 더 중요한 자리에서 하면 됐다.
다섯 명
팀은 나까지 다섯 명이었다. 기획자 셋, 디자인과 피치를 맡은 팀원 하나, 개발은 나 혼자였다. 아이디어는 내가 냈다.
기획자 셋이 그 아이디어를 받아 구체화했다. 화면 흐름을 짜고, 사용자가 실제로 뭘 누르고 뭘 보게 될지를 정리했다. 나는 그동안 아키텍처를 그렸다.
개발이 혼자라는 건 결정이 빠르다는 뜻이기도 하고, 잘못 그으면 되돌릴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첫 결정을 신중하게 골랐다. 다음 편은 그 얘기다.